-Tuesday-
24일 드디어 크리스마켓이 끝나고 내 루틴을 다시 찾을 때가 왔다.
막막했던 마지막 5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고, 언제나 그랬듯 앞을 다시 보게 된다.
이번 마켓에서 얻은 건 편지라는 소중함과 내가 챙김을 받고 싶은 한 사람이다.
어제 ‘트윈 플레임’ 이라는 새로운 영적 개념을 알게 됐다.
시작은 단지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리고 인관 관계에 대한 분석이였다.
간단하고 쉽게 말하자면 ‘소울 메이트’ 라는 개념에 비해 한 단계 더 위에 있는 인연이다.
길게 풀어 설명하기엔 내 일기로는 부족하다.
어찌 됐든, 서로를 발전시키고 서로의 내면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존재이다.
친구보다도 편안하고, 처음 만난 사이에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한 사람.
생각해보면 내가 명상하며 얻은 어떤 연애를 해야하며, 어떤 사람과 만나야 할까 라는 대답엔
‘트윈 플레임’ 이라는 그 개념 자체가 내 생각과 완전히 일치한다.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그 개념을 쫓고 있었고 따라가고 있던 것이다.
그 사람이 언젠가 내 일기를 보게 될 지 안 보게 될 지 모르지만.. 일기속에서만큼의 난 솔직하고 싶다.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확신해서 말 하지는 못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편안하고, 나를 드러낼 수 있다.
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내게 초점을 맞추며 꾸며내지 않고 내 생각들을 말하게 된다.
이로 인해 내가 어떤 얘기를 좋아하는지 알게 됐고, 내가 말 없던 이유는 단지 관심이 없어서였으며,
내가 표현하지 않은 이유들은 그 대화들에 대한 지루한 감정뿐이어서 말을 못 할 뿐이었던 것이다.
내일 유빈이가 소소하게 마켓 사람들과 파티를 한다고 해서 초대를 했지만 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내가 유빈이에게 고민해보겠다고 했을 때 유빈이가 서운한 감정을 말했고 그게 표정에 보였지만
뭔가 가지 말란 듯한 말이 내면에서 들렸고, 난 이제 누군가가 서운하다고 해서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좀 더 초점을 두고 싶고 마음을 더 여유롭게 가져가고 싶다.
-Thursday-
마켓 이사까지 전부 완벽하게 끝났다. 이제 앞을 봐야 할 때다.
크리스마스나 신년은 솔직히 말해서 내게 의미 있던 적도 없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번 년도 말엔 내 어릴 적 얘기부터 한 번 정리를 해볼까 생각 중이다.
사람들은 생일, 신년,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을 지정하여 서로 축하를 해준다.
난 전혀 관심이 없다. 내 생일에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밥 먹은 것 만으로도 울었던 기억이 있긴 하다.
물론 술에 좀 취한 상태였지만 그런 걸 보면 지금의 나는 모순적인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트윈플레임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여러가지로 찾아봤지만 결국 잠깐의 흥미였다.
그런 게 실존하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라는 걸 깨달았고, 단지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운명같이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그 개념을 덮어버렸다.
억지로 찾고 싶지도, 억지로 누군가를 의심하고 싶지도 않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내 바램이다.
좋으면 좋은 대로 표현하고 싫으면 싫은 대로 다가가지 않고.. 맞는 사람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단지 전에 말 했듯 내가 완성되기 전에 도착을 해줬으면 좋겠다.
최근 함께 일 했던 분과 자주 연락하며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답장이 왔는지 안 왔는지 확인하고 기다릴 때도 있으며 무음 모드에서 진동 모드로 바꾸기까지 하였다.
집착은 할 이유도 없으며 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인스타도 들어가고, 커뮤니티도 조금씩 보게 된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내게 초점을 맞추어야만 한다.
-Friday-
조용한 하루였다. 공부도 다시 시작했고,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오후엔 누나가 좀 짜증을 냈다. 물론 내게 낸 짜증은 아니였지만
같은 자리에 있는 나 역시 불편했다. 이로 인해 남의 불편한 감정은 전파가 되는 거구나..라는 걸 더욱 확실히 알게 됐다.
그렇다고 나도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그저 내 감정으로 있으려고 노력했다.
마켓 일을 하면서 누나가 운전하거나 안 되는 일이 있을 때 항상 짜증을 내고 욕을 한다.
예전이였다면 나도 그만 좀 하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건 누나의 감정이고 난 아니다.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고 있다. 남의 감정이 나를 휘둘러서는 안되며
나 역시 그걸 알기에 내 부정적인 감정은 마음 속 깊은 곳 묻어두려고 한다.
어쨌든, 하나 더 확실한 건 난 이 집을 나가야만 하며 독립을 해야만 한다.
누나가 비즈니스를 도와줄 지 모르겠지만 안 도와준다면 바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
한글로 일기를 쓰니까 말이 너무 길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알버타 면허증을 잃어버리고 다음 주에 새로 밴쿠버 면허증을 받기 위해 예약을 잡았었는데 알버타 정부 사이트가 1월2일까지
휴무라고하여.. 내 드라이버 경력 증명 및 드라이버 라이센스 대체 서류를 뽑지 못하게 되었다.
일이 꼬이는 것 같지만 뭔가 뜻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웃으며 넘겼다.
마켓이 끝난 후 하루하루 내 일기들을 보고 있는 중이다. 아마 연말 결산 느낌으로 뭔가 쓸 것 같다.
태어난 후의 내 삶, 일기를 시작 후 바뀐 내 삶 등.. 종합적인? 느낌으로
-Saturday-
오늘은 아침에 살짝 불편한 기분이 있었다
연락 중인 사람이 읽씹을 해서 그런지.. 내 잘못이었다.
어떠 한 문장에 의무적으로 답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난 그렇다고 하였다.
사실 그 문장이 아닌 내가 그 전에 한 질문으로 난 이해했고, 의무적이라는 사전적 정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마음이 없어도 해야만 하는 것’ 을 의무적이라고 표현한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정확히 알았다.
난 마음이 없으면 누가 읽씹을 하든 신경 안 쓰며 나 역시 할 말이 사라지면 굳이 머리를 굴려 답하지 않는다.
용건이 없이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 굳이 대화를 길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게 예상이 되서
굳이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다. 하기도 전에 에너지가 다 빨려나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다시 돌아와서, 난 오해를 만들었고 바로 해명을 하였다. 그러고 답장이 왔는데 불편한 마음이 싹 가셨다.
이로써, 나는 그 사람에게 마음이 있구나 라는 걸 알게 됐다. 딱히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섣불리 다가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뭐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어떻게든 결과가 만들어져있지 않을까?
저녁엔 누나가 김치를 담구고 함께 삼겹살을 먹었다. 그게 끝이다.
-Sunday-
오늘은 누나와 줄리아 누나에게 선물을 사기 위해 다운타운을 나가려고 했다.
오랜만에 머리에 왁스도 바르고 핑크빛 바지도 입고 나갔는데
바지가 너무 길기도 하고 비도 오는 바람에 밑단이 젖어서 정류장 앞까지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내 옷을 계속 그 상태로 둘 수는 없었다.
해서 내일 누나도 어차피 다운타운을 나가는 데 같이 나가서 선물을 사고
나 혼자 일찍 돌아오려고 한다.
오늘 밤은 계속 연락하는 친구와 하루종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방해 없이 그냥 대화를 하고 싶다.
내가 대화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나? 연애할 때도 썸을 탈 때도 전화할 땐 항상 할 말이 없었다.
조용히 침묵이 흐를 때가 많았었다.
대화를 해보고 싶다 처음으로.. 뭔가 좀 음…. 나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