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 Dec
1일부터 18일.. 오늘 포함해서 단 이틀 쉬었다.
일이 바쁘지 않아서 힘들지는 않았지만 피곤했다.
저번 쉬는 날엔 떡볶이를 만들어서 가져다주고자 한인 마트에서 떡과 오뎅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집 열쇠를 두고 나와 마켓에 가야만 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었다.
오고 가는 데 3시간.. 그리고 다시 가는 데 1시간 30분에 집에 차 타고 오는 길 50분 하면..
그저 받아들였다. 덕분에 Sky train 과 버스 안에서 잘 수 있었고
운명이 내게 잠을 자라는 건가? 라는 생각이었다. 아마 그런 일이 없었다면 난 자지 않고 할 일만 했을 것이다.
사실 같이 일 하는 분에게 떡볶이를 해주겠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난 그 사람을 실망 시키고 싶지 않았고, 말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으로 비춰지기 싫었다.
일기니까.. 진심을 담아서 쓰자면 그 핑계로 보러 가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그 분은 남자친구가 있고, 난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으며
예전과 같은 아마 6,7년 전(?) 과 같은 상황을 다시 연출하고 싶지 않다.
난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이 호기심, 관심, 호감, 좋아함 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 분과 카톡으로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 분 역시 내게 선을 긋는 듯 한 발언들을 해서
나도 역시 거리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그리고 그게 맞다.
내가 했던 발언들이나 어떠한 것들이 그 사람에게 부담이 가지 않았을까도 걱정이 된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으며, 내 감정을 쉽게 드러내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게 내 단점이다.
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겐 항상 모든 걸 주고 챙겨주고 싶어 한다.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런 마음이다. 오늘 쉬는 것 또한 누나가 그 분 스케줄을 짜를까 고민하다
그냥 내가 쉰다고 하였다.
사실 우리 누나, 줄리아 누나, 유빈, 그리고 그 분께 크리스마스 및 연말 편지를 쓰고 선물을 주려고 준비했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되는 밤이다. 그저 이제 알게 된 지 한 달 된 사람인데.. 이게 맞나 싶고
왠지 큰 부담을 주지 않을까..라는 고민이다.
21, Dec
크리스마켓 시즌은 그냥 한글로 일기를 쓰려고 한다.
시간도 없거니와 내 기록들을 정리하기엔 역시 한글이 편하기 때문에
작년 크리스마스 마켓은 뭔가 끝날 때 너무 아쉬운 마음이 컸는 데
지금은 그냥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밖에 남지 않았다.
사람들이 안 좋은 건 아니고.. 굳이 뭔가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요즘도 이런저런 생각들에 휩쓸리며 살고 있다. 특히 친구라는 주제를 두고 내 머리에선 토론을 하고 있다.
고등학생 이후로 친구를 사귄 적이 없다. 지인이라면 있겠지만 사석에서 만나봐야 2번 정도가 끝이다.
굳이 할 얘기도 없고, 만나봐야 시간과 돈만 빨리는 느낌이 크며, 그들의 틀에 박힌 삶엔 흥미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난 누구와 만나더라도, 이미 친한 친구라도 항상 끝을 보게 되는 습관이 있다.
예전 일기에서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는 삶이 달라지고 관심사는 절로 달라지며 점점 멀어진다고
돌아보면 캐나다에 온 뒤로 꾸준히 연락을 하는 친구가 없었다.
돌아보면 태어난 뒤로 내 속내를 꺼내본 적 역시 단 한번도 없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물어봤던 적은 있을 수 있겠지만 난 항상 그냥 사는게 다 그렇지 하며 넘겼던 것 같기도 하다.
말을 하면 울 것 같았고, 부담을 줄 것 같았고, 쪽팔리고..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성격이고 내가 만든 인관 관계이다. 뭐 다 운명의 뜻이 있지 않을까?
난 그저 내가 인간관계를 대하는 방식을,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억지로 바꾸고 싶지도 않으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필요하다면
천천히 알아서 저절로 톱니바퀴는 돌아갈 게 분명하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그랬듯이 말이다.
나를 유지하다보면 언젠가 나를 받아들이고, 웃게 만들고, 끝을 함께 보며 삶을 함께 만들어 가고,
공유하고, 힘듦을 함께 겪으면서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 내가 헌신할 수 있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그런 운명같은 사람말이다.
내가 완성됐을 때 또는 완성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내가 부족할 때, 그 사람 역시 부족할 때 만나고 싶다.